작년의 기억들은 너무나 즐겁고 아름다워서 비가 오는 여기 나는 해야 할 일이 하기가 너무너무 싫다. 뭐라도 하려고 워드를 키고 해야 할 일을 30초 하고 나서는 너무 하기 싫어서 예전의 내 기억들을 곱씹게 되었다.
요새 기억과 기록에 엄청나게 집착한다.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경험의 폭이 너무나도 넓어지면서 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, 하나라도 잊으면 어떡하지, 세월 하나 하나를 붙잡지 못해서 어쩌나 하는,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, 그것보다는 조금 마일드한 그런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. 작년을 너무 재밌게 보냈던 건지.
지난 일 년 간의 여행 중에서 하나라도 기억에 남지 않을 곳이 있을까.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국경 건너기를 한 중앙아시아, 반면에 국경의 의미가 너무 강력하게 남은 중동. 처음 가본 남부 아프리카, 거기서 만난 사람들, 사막에서 혼자 타이어도 못 고치고 영원히 여기 stranded 되면 어떡하나 말도 안되는 걱정들 까지. 꼭 하겠다고 다짐한 다이빙은 또... 못하게 되었으나..... 언젠가... 할거야.....
앞으론 또 뭘 해야 할까. 문득 지난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이전에 티벳 여행사에 연락을 한 기록을 보았다. 5월에는 카일라시 산에 갈 수 있을까, 그리고 나서 파키스탄에 갈 수 있을까! 중국에서 파키스탄까지 국경을 넘는 건 어렵지는 않을까. 그러면 침낭을 새로 사야 하나, 침낭 하니 또 캠핑 가고 싶다 이런 여행욕구의 꼬리를 물고 하루하루 지내는 요즘이다. 매우 우울해 보이는데 아니고 이주 있다가 또 아이슬란드 감. 내가 언젠가 아이슬란드 시민으로 귀화한다 가서 농장에서 일하고 자아를 찾았다가 잃어야지